경영권 양수를 목적으로 한 제3자 배정 증자
2014년 11월 국내 3대 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전격적으로 휘닉스홀딩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휘닉스홀딩스는 보광그룹 계열 광고 대행사로,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츠와 손잡고 합작설립된 이래 15년간 제휴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2014년 7월 덴츠는 휘닉스홀딩스 지분을 모두 팔고 합작 관계를 청산한다.
휘닉스홀딩스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KT, 현대차, 삼성전자, SK에너지 등 굴지의 대기업들을 광고주로 확보한 업계순위 10위권 안의 광고회사였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자체 광고회사 이노션을 설립하면서 현대차 물량이 떨어져 나가고, 잇따라 대형 광고주들이 이탈하자 역성장을 거듭했다. 덴츠의 투자 회수는 이런 상황과 맞물려 있었다.
덴츠가 매각 의사를 밝힌 지분 29%는 휘닉스홀딩스의 주요 주주인 원영식 오션인더블유 회장 일가 등 여섯 명의 기존 개인 주주들에게 넘어갔다. 덴츠로부터 지분 매각 의사를 통보받은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휘닉스홀딩스 주주이자 친분이 두터운 원 회장에게 덴츠 지분 매입을 요청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약 넉 달 뒤인 2014년 11월 YG엔터테인먼트가 휘닉스홀딩스의 제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내용을 공시로 발표했다. 이때 언론이 내놓은 속보에 이런 제목이 있었다. 'YG엔터테인먼트, 휘닉스홀딩스 지분 40% 취득 결정', 'YG엔터테인먼트, 500억 원 규모 휘닉스홀딩스 주식 획득'.
공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공시를 제대로 해석한 제목은 'YG엔터테인먼트, 휘닉스홀딩스 인수'다. 지분 40% 취득이니, 500억 원 규모 주식 취득 또는 1620만 주 유상증자 등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시장에 전달해야 하는 핵심 메시지는 YG엔터테인먼트가 휘닉스홀딩스를 전격적으로 인수한다는 것이 맞다.
YG엔터테인먼트의 휘닉스홀딩스 인수는 금방 이슈가 됐다. YG엔터테인먼트는 이에 앞서 루이비통으로부터 600여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YG엔터테인먼트가 제3자 배정으로 우선주 유상증자를 실시해 루이비통이 주식을 인수하는 형태였다. 이 투자는 루이비통이 YG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으로 손을 잡고 공동 사업을 해 나가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었다.
하지만 YG엔터테인먼트가 보광그룹 계열사인 휘닉스홀딩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달랐다. 이는 보통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형태였다. YG엔터테인먼트는 휘닉스홀딩스의 지분 39% (1110만 4000여 주)를 500억 원가량에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고 밝혔다. YG엔터테인먼트가 확보하는 39%는 유상증자 신주에다 휘닉스홀딩스의 대주주 및 주요 주주들이 매각하는 일부 구주까지 다 포함한 물량이었다.
YG엔터테인먼트가 총 499억 9900여만 원 즉, 500억 원가량을 들여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및 구주 취득으로 휘닉스홀딩스 지분 39.54%(1110만 4300여 주)를 매입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식 취득 목적은 '경영권 인수'로 명확하게 기재돼 있다.
구주 인수보다는 유상증자 신주의 비중이 월등하게 크다. 구주를 매각하는 사람은 홍석규 보광그룹회장과 주요 주주인 원영식, 최윤선 씨 등임을 파악할 수 있다.
휘닉스홀딩스가 실시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자
이를 명확하게 파악하려면 휘닉스홀딩스가 제출한 유상증자 공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시를 보면 3자 배정으로 신주를 인수하는 곳이 YG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YG엔터테인먼트의 대주주인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와 동생 양민석 대표 등 두 명의 개인, 그리고 (주)SH홀딩스, (주)아시아기업구조조정(나중에 신한2014-1호신기술투자조합으로 변경) 등 두 곳의 기관이 더 잇따는 것을 알 수 있다.
휘닉스홀딩스는 이번 증자로 총 739억 원가량을 확보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가운데 438억 원에 대해 '다른 회사 지분 인수 자금 용도'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휘닉스홀딩스는 이후 홍콩에 설립된 화장품 업체 코드코스메 지분 80%를 84억 원에 인수하는 등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YG엔터테인먼트가 휘닉스홀딩스를 화장품 사업 강화를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휘닉스홀딩스는 사명을 (주)와이지플러스로 바꾸고 사업 목적에 패션과 화장품을 추가하는 등 YG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된 이후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상증자는 일반적으로 회사의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발행 주식 수가 증가함으로써 주당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유상증자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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