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백스는 어떻게 현금 한 푼 들이지 않고 삼성제약을 인수했을까?
H&H 인수 1년여 뒤인 2014년 5월 젬백스는 또 한 건의 인수, 합병으로 눈길을 끈다. 소화제 '까스명수'로 우리에게 꽤 익숙한 삼성제약 인수에 나선 것이다. 제백스는 개발 중인 췌장암 치료 백신의 생산시설 확보와 바이오 사업 강화를 위해 삼성제약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CB를 활용했다. 젬백스는 삼성제약 김원규 회장 지분 26.17% 중 16.11%를 경영권과 함께 120억 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대금은 젬백스 CB를 발행해 지급하기로 햇따. CB 발행 조건은 표면 이자율 0%, 만기이자율 5%, 전환 가역 2만 5349원, 발행 1년 뒤부터 주식 전환과 조기 상환 청구가 가능한 조건이었다.
젬백스는 삼성제약 경영권 인수에 현금을 아예 한 푼도 들이지 않았다. 1년여 전 H&H 인수 때는 BW를 활용했는데 이번에는 왜 CB일까? 그 사이에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김원규 회장은 BW를 원했을 것이다. 김 회장은 CB의 주식 전환으로 재미를 볼 수 있을까? 전환권 행사가 가능한 2015년 5월 이후 주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김 회장이 보유한 CB는 주가 하락에 따라 발행 3개월 만인 8월 14일 리픽싱됐다가 다시 1만 8021원으로 조정됐다.
한편, 젬백스가 김 회장 지분을 인수함과 동시에 계열사인 젬백스테크놀러지는 삼성제약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CB발행으로 위장한 유상증자, LG이노텍의 절묘한 콜옵션
2014년 5월 22일, 종합 IT부품 기업 LG이노텍이 CB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공시를 냈다. 8개월 전인 2013년 9월에 발행한 제 32회 공모 CB 원리금을 회사 측이 만기 전에 갚겠다는 이야기다. 증시 사상 처음으로 상장기업이 직접 콜옵션행사에 나선 것이다.
사실 LG이노텍의 제 32회 CB는 발행 당시부터 관심을 받았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2013년 9월 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시행으로 분리형 BW발행이 금지된 이후 대기업으로서는 첫 CB 발행이었다. 규모도 3000억 원으로 꽤 컸다. 개정법 시행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BW에서 CB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LG이노텍이 이를 입증해 보인 것이다.
둘째는, 발행조건이 다소 독특했다. 우선 이자율이 너무 낮아 사실상 '제로금리'나 다름없었다.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0.1%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채권으로서의 매력은 바닥에 가까웠다. 한마디로 채권으로서의 매력은 바닥에 가까웠다. 이자율이 낮은 주식연계채권은 가끔 발행된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인 경우도 있다. 사모 BW에서 이런 사례가 있지만, LG이노텍처럼 공모 CB에 사실상 제로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흔치 않았다.
금리도 금리지만, 발행 회사에 만기 전 사채원리금을 갚을 수 있는 콜옵션이 부여된 점도 독특했다. 반면 투자자들에게는 풋옵션이 부여되지 않았따.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할 때 풋옵션만 부여하는 경우는 많지만, 콜옵션만 부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LG이노텍의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투자 원금 정도는 보장받되, 오로지 주가상승에 기댈 수밖에 없는 투자 구조인 셈이다.
재무 구조 개선과 자금 확보
재무적 측면에서 회사 상황은 좋지 않았다. LED 사업의 적자 지속, 모바일 제품군의 수익성 저하 등으로 2012년 말 이 회사의 부채 비율은 285%까지 상승햇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 구조 개선과 자금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절묘한 선택'을 한다. CB를 발행하면서 사실상 '유상증자'효과를 기대할 수 잇는 구조를 짠 것이었다.
CB 발행 회사인 LG이노텍이 가지는 조기 상환 청구권에 대한 공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LG이노텍은 CB 발행 1개월이 경과한 날로부터 만기 1개월전까지의 기간, 즉 2013년 10월 17일에서 2016년 8월 17일까지 조기 상환 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2) LG 이노텍이 조기 상환 청구권을 행사하려면 행사 기간 개시 이후 연속 15거래일간 보통주 종가가 전환 가액 (8만 5800원)의 130%를 초과해야 한다. (11만 1540원)
3) 발행 회사가 조기 상환 행사일을 예고 공지할 경우, 조기 상환을 받지 않고 주식으로 전환하려는 사채권자들은 예고된 행사일의 3영업일 전까지만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행사일이 6월 20일(목요일)로 정해지면, 17일(월요일)까지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는 사채권자에 대해서는 회사 측이 행사일에 만기보장수익률(0.1%)을 적용해 조기 상환한다는 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