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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산업으로 보는 슈퍼개미의 난

by 노란햇살 2022. 10. 15.

5% 룰과 10% 룰의 존재 이유

 

앞에서 밝혔듯이 '주식 대량 보유 보고서' 제출 의무를 이른바 '5% 룰'이라고 부른다. A사 지분 4%를 보유하고 있던 갑이 지분 2%를 추가 취득해 지분율이 6%가 됐다 하자. 지분율이 5%를 넘겼기 때무에 그 사실을 공시해야 한다. 여기서 갑이 A사 주식 1.5%를 더 샀다면 5% 이상 보유 상태에서 1% 이상의 지분율 증가가 있었으므로 역시 공시를 해야 한다. 팔 때도 마찬가지다. 갑이 A사 지분율 6.5%에서 지분 2%를 팔아 지분율이 4.5%로 떨어지면 '주식 대량 보유 보고서'를 내야 한다.

 

만약 지분율 4.5% 상태에서 지분을 추가로 더 판다면, 이는 공시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분율 4.5% 상태에서 지분 0.5% 이상을 사들여 지분율이 다시 5%를 넘긴다면 공시해야 한다. 

 

5% 룰을 적용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존 대주주들이 외부의 적대적 인수, 합병 시도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와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만약 5% 룰이 없다면 누군가 주식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야금야금 매입해도 기존 대주줒들은 전혀 알 길이 없다. 5% 룰은 대주주 측에게 일종의 경보음 역할을 한다. 그래서 공정한 경영권 경쟁을 유도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두 번째는 지분의 대량 변동 상황을 투자자들이 알게 함으로써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투자자 보호 장치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개미투자자의 적대적 인수, 합병

 

개미투자자의 적대적인 인수와 합병 시도로 화제가 됐던 신일산업의 예를 살펴보자. 2014년 2월 17일 신일산업은 한 개인의 지분 변동 공시에 주목했다. 황귀남이라는 개인이 '주식 대량 보유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른바 '슈퍼개미'의 출현이다. 공시의 첫 장 '요약 정보'와 본분 '보유 주식 등의 수 및 보유 비율'을 보자. 단독으로 장내에서 5.11% 지분을 매입한 '신규 보고'로 파악된다. 

 

황 씨는 2014년 2월 12일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모두 246만여 주의 신일산업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이떄는 지분율이 5%가 안됐다. 바로 그 다음 날인 2월 13일 다시 13만 6000여 주를 매입하면서 지분율이 5%를 돌파해 보고 의무가 발생했다. (이 내용은 '세부 변동 내역'에 있다) 그는 보유 목적에 대해서도 '경영 참여'임을 명백히 밝혔다. 신일산업을 더 놀라게 한 것은 바로 그 다음 날의 상황이다. 하루 만에 황 씨는 다시 한 번 '주식 대량 보유 보고서'를 제출한다. 그가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을까? 아니다. 황 씨는 윤대중, 조병돈이라는 두 명의 주주와 연대해 '주주간 계약'을 맺는다. 내용은 세 사람이 서로 합의해 신일산업에 대한 의결권을 공동 행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 사람 간에는 '지분 공동 보유자'라는 특수 관계가 형성된다. 따라서 황 씨를 대표 보고자로 해, 세 사람의 합산 지분율을 공시해야 한다. 세 사람이 주주간 계약으로 맺어진 공동 보유자라는 것 외에 어떤 개인적 관계가 있는지는 공시만으로 알 수 없다. 

 

종합적으로 핵심내용을 보자

 

'요약 정보', '특별관계자', '보유 주식 등의 수 및 보유 비율', '보유 주식 등에 관한 계약' 등을 종합적으로 훑어보고 핵심 내용을 파악해보자. 이후 세 사람은 지속적으로 지분을 추가 취득한다. 신일산업 김영 회장 측 지분율이 9.90% 수준에 불과한 데 비해 이들은 지분율을 계속 높여 나갔다. 이 과정에서 황 시 등은 신일산업의 경영상 문제점 등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경영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처음 황 씨가 5% 룰에 따라 지분 신고를 할 때만 해도 신일산업 측은 긴가민가했다. 그러나 몇몇 주주들이 힘을 합치자, 회사 경영진은 그제야 본격적으로 언론 인터뷰에 나서며 회사 입장을 알리는가 하면 여타 개인 주주들을 우호세력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황 씨 등은 신일산업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이 내세운 이사 선임과 정관 개정 등을 요구했다. 회사 측과 표 대결까지 벌였으나 결국 패했다. 이후에는 주주총회 무효 소송과 임시 주주총회 소집, 유상증자 반대 (신주 발행 금지 소송) 등을 진행하며 신일산업 경영권을 넘겨받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신일산업 김 회장 측 입장에서 보면 황 씨가 5% 룰에 따라 최초보고를 했고 또 이후 1% 이상 지분율 변동이 생길 떄마다 공시했기 때문에 경영권 확보 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일반 투자자들은 황 씨 측과 신일산업 측의 '주식 대량 보유 보고서' 공시를 보며 돌아가는 상황을 판단할 기회를 얻었다.

 

 

[출처] 기업공시 완전정복, 김수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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