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 살리기 방식
2013년 초 상당수 중대형 건설사들이 이른바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 부실로 자금난에 봉착했다. 두산건설은 1년 내 만기가 닥치는 차입금이 회사채 6300억 원, 은행대출 5400억 원 등을 합쳐 2조 40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3000억 원가량에 불과해 차입금 만기 연장이나 회사채 차환 발행이 안되면 '부도'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장에서는 두산건설이 자산 매각으로 자금 조달을 시도할 것이라 예상했다. 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 자금 여력이 별로 없어 유상증자를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그 해 2월 4일 두산건설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두 개의 유상증자 공시를 낸다. 아울러 '영업양수 결정'과 '중요한 영업양수도 결정'이라는 두 개의 공시도 같은 날 추가로 낸다.
왜 우상증자 공시가 두 개인가? 그리고 영업양수는 또 뭔가? 영업양수는 다른 회사의 사업을 인수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재 두산건설이 그럴만한 여유가 있는가? 그리고 '중요한 영업양수도'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네 가지 공시는 모두 연결돼 있으며, 두산중공업이 주도하는 '두산건설 살리기'의 일환이었다.
네 가지 공시 파헤치기
우선, 첫 번째 유상증자는 두산건설이 주주 배정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두산건설의 대주주는 당시 지분 72.7%를 보유한 두산중공업이다. 따라서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 증자의 72% 이상을 책임지는 구조다. 나머지 다른 주주들에게도 지분율만큼 증자신주 인수권이 부여된다.
두 번째 유상증자는 특정인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제3자 배정방식이다. 여기서 '제3자'는 두산 중공업이다. 특이한 것은 두산중공업이 보일러 사업 부문을 두산건설에 현물 추자한다는 점이다.
첫 번째 유상증자에서 두산중공업은 신주 대금으로 현금을 납인한다. 그러나 두 번째 유상증자에서 두산건설은 두산 중공업으로부터 사업부문을 인수하고(출자받고) 그 대가로 신주를 발행해주는 것이다. 결국 두 번의 유상증자는 방식이 다르지만, 두산중고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두산건설의 영업양수 공시는 두산중공업으로부터 보일러 사업 부문을 출자받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영업양수도' 공시는 무엇인가? 이것 역시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 간 보일러 사업 부문을 양수도하는 하는 내용이다. 양수도하는 사업 부문에 속하는 자산, 매출, 부채의 규모가 회사 전체 자산, 매출 부채 대비 일정 비율 이상이면 양수도 사업의 가격 및 평가 방법, 양수도 이유 등에 대한 세부 내용을 담은 공시를 별도로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을 '중요한 영업양수도'라고 한다.
4500억 원의 유상증자
두산건설이 운영 자금용으로 45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하는데, 주주 배정 방식이다. 대주주(72.7%)인 두산중공업이 3,270억 원가량에 해당하는 신주를 인수해야 한다. 주당 예정 발행 가격은 2700원으로, 액면가인 5000원에 못 미친다. 액면가에 미달하는 가격으로 유상 신주를 발행하려면 주주총회의 특별 결의를 거쳐야 한다.
앞에서는 액면가를 초과한 가격으로 유상증자할 때의 예를 들었다. 그런데 두산건설처럼 액면가(5000원)보다 낮은 가격(2700원)으로 주식을 발행하면 어떻게 되는가? 액면가 이상이건 이하건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본금은 '액면가 X 발행 주식 수'만큼 증가란다. 액면가와 발행가와의 차이 2300원은 '주식 할인 발행 차금'이라는 계정으로 분류된다. 주식 할인 발행 차금은 자본에 마이너스 (-) 역할 을 한다. 주식 할인 발행 차금은 앞으로 이익잉여금을 활용해 일정 기간 내에 지워나가야 한다.
신주 발행 예정 가격은 2700원이었지만, 나중에 최종 가격은 2340원으로 확정됐다.
제3자 배정 방식으로 5176여억 원의 증자를 한다. 주의 깊게 볼 점은 현물 출자라는 것이고, 제3자가 두산 중공업이라는 점이다. 현물 출자라는 사실은 공시 내용 중 '현물 출자가 있는지 여부'에 '예'라고 기재돼 있기 때문에 알 수 있다. 이 공시를 얼핏 보면 발행 신주의 종류와 수, 자금 조달 규모, 신주 발행 가액이 나와 있기 때문에 현금 납입 유상증자로 착각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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