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계약과 관련한 동부그룹 사례
2013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동부그룹은 그 해 11월 자구 계획을 세웠다.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인천스틸), 동부발전당진, 동부익스프레스 등을 매각 리스트에 올렸다. 그런데 자각 매각 방식을 놓고 동부그룹과 산업은행의 견해가 크게 엇갈렸다.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로 묶어 포스코와 단독 매각 협상을 벌이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부그룹은 개별 매각을 해야 매각 가격도 오라가고 매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회사채 상환 자금 마련에 허덕이던 동부그룹이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는 어려웠다. 산업은행의 의지대로 패키지 매각을 추진하기로 하고 포스코와의 단독 협상이 진행됐다.
포스코는 가격 문제를 제기하는 등 처음부터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결국 2014년 6월 말 포스코센터에서 가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부 패키지 인수 포기 방침을 밝혔다.
당시 포스코는 국내 한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등급 강등'이라는 폭탄을 맞은 상황이었다. 포스코는 국내에 단 네 개 뿐인 최고 신용 등급(AAA) 기업 중 하나였다. 그런데 한국기업평가가 과감하게 포스코를 'AA'로 전격 강등했다. 포스코로서는 재무적 부담이 발생하는 인수, 합병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포스코의 폭탄에 동부그룹 계열사 주가와 회사채 가격이 급락
심지어 회사채 디폴트(부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사모펀드에 팔린 동부익스프레스 말고는 자산 매각 작업에서 구체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동부그룹은 시간에 쫓겼다. 7월 들어 동부제철, 동부CNI 등 주요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 등 차입금 만기가 임박한 가운데 산업은행은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아들(김남호)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을 추가 담보로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이 때문에 동부그룹과 산업은행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었다.
동부그룹 제조 계열사들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던 동부CNI는 7월 중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 자금(500억 원가량)마련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한때 동부CNI의 법정관리설까지 시장에 퍼지면서 동부 CNI 회사채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런 가운데 채권단 회의에서 동부제철에 대한 자율 협약 개시와 회사채 차환 자금 지원이 결정되자 동부그룹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동부그룹은 동부CNI 회사채에 대해 "회사 가용 자금과 오너사재를 동원해서라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시장의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14년 7월 11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제출한 <주식 대량 보유 보고서>가 공시됐다. 공시 대상 회사는 동부화재보험이다. 일단 '요약 정보'르 보면 지분율에 증감이 없다. 그래서 주식 관련 계약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보고 사유가 좀 특이하다. 김남호와 김주원의 '주식 대차 계약 체결과 주식 계약 내용의 변경'이라고 적혀있다.
'주식 계약 내용'에서 구체적인 상황
'주식계약 내용'을 열어보면 좀 더 구체적인 상황이 잡힌다. 김남호는 김주원으로부터 2014년 7월 7일 동부화재 주식 80만 주를 빌렸다. 김남호는 빌린 주식을 교보증권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따. 따라서 주식 대차와 보유 주식 계약(담보 대출)이 동시에 발생했다. (김남호가 김주원에게 빌린 주식 말고도 35만 주의 자기주식을 담보로 하이투자증권으로부터 돈을 빌린 사실도 확인된다) 주식을 빌려주고 빌리는 행위는 실제 지분율 변동으로 기록한다. 그런데 특수관계인들인 김남호와 김주원 간에 80만 주를 서로 주고받다 보니, 김준기 회장이 대표로 제출한 지분 공시(김준기와 특수관계인 지분율 합)에서 전체 지분 변동은 '0'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한 기사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요약하자면, 동부그룹 오너의 회사채 상환과 관련 잇는 것으로 보고있따. 동부그룹 오너는 사재를 털어 만든 자금으로 만기가 도래하고 있는 회사채를 상환 중이다. 실제로 만기가 끝난 동부CNI 회사채 200억을 대주주 자금으로 해결했다. 돌아오는 회사채 300억 역시 오너 일가의 책임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룹 관계자도 '동부그룹 오너 일가가 주식 담보 대출을 받기 위해 이번 대차 거래가 이뤄졌다'며 '김주원 씨가 미국에 체류 중이라 일시적으로 김남호 부장에게 주식을 빌려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 공시를 본 동부CNI 회사채 투자자라면 정상적 상환에 대한 걱정을 덜었을 것이다. 액면가의 50% 수준까지 떨어졌던 회사채가 며칠 만에 90% 이상 가격을 회복했다.
[출처] 기업공시 완전정복, 김수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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